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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은 ‘빅샷’…신중론 펼친 한은, 3가지 이유
작성일 2020-03-05 문의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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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긴급간부회의 개최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
기대했던 금리인하 메시지 없어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돌다리만 두드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한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기대와 달리 금리인하 시그널조차 아낀 이주열

이주열 총재는 4일 오전 9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회의는 오전 중 마무리됐지만, 이 총재의 메시지는 선물시장이 종료된 이후인 오후 3시46분쯤 나왔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연준이 간밤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0.5%포인트를 단번에 낮추는 ‘빅샷’을 단행하자 시장은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0.5%포인트 수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보기좋게 빗나갔다.

과거 한은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7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9일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어 0.50%포인트를 전격 인하했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난달 금통위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과 경기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안정화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침체 금리인하 효과 제한적

이같은 ‘맹탕’ 메시지는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 여건이 미국의 금리인하에 한은이 동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다. 미국은 금리인하를 통해 주식시장 폭락을 방어할 수 있지만, 한은의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뉴욕증시의 폭락을 방어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한 미국 주식시장은 자산효과(Wealth Effec)를 통해 미국 소비 부양에도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가 고용을 최대화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과 달리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안정이 정책목표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침체기에 금리인하의 경기 부양의 효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금융안정만 저해할 수도 있다. .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가 다른 전염병 사태보다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금융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23조원으로 전분기(13조4000억원)보다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은 12조6000억원 증가해 전분기(9조5000억원)보다 확대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인하가 코로나19의 대책이 될 순 없다”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놀랐듯 전격적인 인하가 부작용만 만들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리역전 해소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다는 점도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금리인하에 나서는데 있어 또 다른 고려 대상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한미간 금리 역전이 자본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스왑프리미엄을 노리는 무위험 자본거래 수요 등으로 한미간 금리 역전에도 다행히 외국인 자본유입은 이어져 왔다.

그러나 경제대국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이례적 현상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다.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로 우리나라(1.25%)와 미국(1.0~1.25%)의 정책금리가 같은 레벨로 맞춰졌다.

또 임시 금통위 개최는 한은의 실기론만 부각할 뿐이란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연준이 파격 금리인하를 한 것과 달리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라는 미시적 대응을 택했다. 이제서야 연준을 뒤따라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의 정책 실기에 대한 비판만 자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 금통위는 오는 4월 9일 예정이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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