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태생…녹음 않고 연주만 ‘은둔의 연주자’ 2013년 레슨 받은 조성진, 함께 찍은 사진 공개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이 라두 루푸(오른쪽)를 추모하며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은둔의 연주자’로 불린 루마니아 태생의 명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별세했다. 향년 77. 지병을 앓아온 루푸가 지난 17일 저녁(현지시각) 스위스의 자택에서 세상을 떴다고 에이전트 쪽이 이튿날 발표했다. 탁월한 슈베르트 연주자로 꼽힌 루푸는 1996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바르토크 연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루푸는 디누 리파티의 스승이었던 플로리카 무지체스쿠를 사사했다. 1966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와 이듬해 루마니아 에네스코 국제콩쿠르, 1969년 영국 리즈 국제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섬세한 터치로 영감이 깃든 연주를 들려준 루푸는 은둔자적 면모를 보였다. 언론 노출과 인터뷰를 극도로 꺼렸고, 자신의 연주가 방송으로 중계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의자도 통상적인 피아노 벤치가 아니라 반드시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요구했는데, 피아노에 대해선 그다지 유난스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7일 스위스 자택에서 별세한 루마니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본인 SNS 계정 갈무리루푸는 1996년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협연을 끝으로 음반을 녹음하지 않았다. 그의 연주를 들으려면 공연장으로 가야 했는데, 그나마 어쩌다 잡힌 공연도 건강 문제로 자주 취소했다. 2010년 내한공연도 갑자기 취소했고, 2012년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한했다. 공식 은퇴는 2019년이었다.그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사랑받았다. 영국 음악잡지 <그라모폰>의 비평가 롭 코완은 그를 “피아노계의 카를로스 클라이버”라고 평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 역시 ‘지휘자들의 지휘자’로 추앙받은 음악가였다. 루푸는 ‘조성진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루푸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했는데, 조성진은 정경화에게 부탁해 루푸의 레슨을 받기도 했다. 조성진은 2013년 <객석> 인터뷰에서 “하늘에서 신이 치고 있는 듯했다”고 루푸의 연주를 묘사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피아니스트들이 원하는 모든 걸 갖춘 연주자”라고 존경을 나타냈다. 그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이고르 레빗, 비킹구르 올랍슨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애도 메시지를 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첼리스트 스티븐 이셜리스 등도 ‘위대하고도 심오한 연주자’로 기억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조성진도 루푸와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명을 잃은 데 대해 비탄에 잠겼다. 여러 해 동안 보여주신 지도와 우정에 감사드린다”고 고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