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7일 '보스토크-2022' 훈련, 러·中 군사 협력 강화13개국 5만명, 군함 60여척, 항공기 140여대 동원 맞불"아시아 군사 상황 등 변화에 공동대응 준비됐다는 신호"인도 줄타기식 참여.. 美의 인·태 전략에 도전 요인 우려국제사회 분열 우려, 美 다른 국제 지역 연대도 강화해야韓, 국제사회 변화 주목..거시적 치밀한 전략적 대응 중요



지난 2021년 10월 중국-러시아 합동 해상훈련 중 쓰가루(津輕)해협을 통과하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들의 모습. 러시아 해군 함정 10척이 10일부터 11일에 걸쳐 쓰가루(津輕)해협을 통과했다고 방위성이 발표했다고 NHK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사진 출처:CNN)[파이낸셜뉴스] 중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주최하는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 참가할 육·해·공군 병력을 파견했다고 지난 26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 육·해·공 3군이 동시에 러시아와 합동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매체는 러시아 타스 통신을 인용해 이번 훈련은 러시아 동부지역에서 진행하며,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과 공군 병력이 이미 훈련 지역에 도착했고 해군 병력은 해상에서 러시아 군함과 집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탄커페이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중·러를 비롯해 인도 등 참가국 군부의 실전 및 친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이번 훈련은 인민해방군이 전천후로 참여하는 첫 러시아 주최 훈련으로 중·러 군사 협력이 지속해서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러 양국은 서로 장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9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내달 9월 1일부터 일주일간 러시아 극동에 속하는 동부 군관구 지역 7곳에서 전개된다.이번 훈련엔 러시아와 중국 외에도 인도·몽골·시리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 등 모두 13개국이 참여한다. 훈련 참가 병력은 5만명 이상이며 항공기 140대와 군함 60척 등도 동원한다고 알려졌다.러시아와 중국은 또 이번 훈련은 국제 및 지역 정세와는 무관하다며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와 참가국과의 실질적인 우호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것으로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하지만 알렉산드르 루킨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중국·현대 아시아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와 중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며 "러·중 양국이 아시아 지역 군사·정치 상황 변화에 공동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서방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 림팩 훈련'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 22개국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훈련에 대한민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과 구축함 최영함, 잠수함 나대용함 등 함정 3척과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헬기가 참가해 대함전, 대공전 등 기본 전술훈련과 시나리오 없이 진행하는 자유공방전을 실시했으며, SM-2 및 RAM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통해 실전 전투능력을 배양했다. 사진=해군 제공국제 정치·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보스토크 훈련은 진영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단면과 중·러가 지속적으로 결속력을 강화해 왔으며 어느 때 보다 연대가 강해진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중·러가 전략적으로 독재국가 또는 비자유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미국을 중심으로한 나토와 서방 동맹체제에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특히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 4월 열린 보아보 포럼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응하는 기제를 구축하겠다'는 글로벌안보구상 계획을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베이징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관계를 “한계 없는 우정(unlimited friendship)”이라고 규정했다고 짚었다.미국은 자유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단일대오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독재국가 또는 비자유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노골적으로 맞대응하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김 교수는 인도의 훈련 참여에 대해 "인도의 전통적인 중립주의 외교 노선과 친소련(냉전 당시) 노선에 기인한 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는 천연가스 수입과 무기 수입에서 많은 부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암묵적으로 두둔하면서 적지 않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김 교수는 "인도가 중국과 국경분쟁을 하면서 안보관계가 악화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쿼드에 가입해 중국견제에 나서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보스토크 훈련 참여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쿼드 국가들은 아쉽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미국 편으로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번 인도의 줄타기 식 행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잖은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이동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조짐이 보이는 상황 하에 러시아 주도로 보스토크-2022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인도의 참여"라며 "이번 훈련이 우려스러운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으며, 중·러 연대에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의 연대를 기반으로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의 국가와 어떠한 형태로든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며 공략하고 있는데, 문제는 세계의 80% 이상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이 지역이라는 점"이라며 "이번 보스토크 2022 군사훈련을 간단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또 "중국과 러시아는 역으로 세계의 안보 불안 요소가 미국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국제사회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파를 중심으로, 유럽과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과 3자 연대 강화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다른 주요 지역에 대한 국제연대를 소홀히 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재조정 되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미 바이든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지나친 가치외교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현실주의적인 대응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선 중·러 군사훈련 자체를 우려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복잡해진 국제사회의 변화를 주목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략적 대응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편, 중국은 2016년과 2017년 극동지역 육상과 태평양 인근 해역에서 러시아와 연합 해상훈련을 벌였으며 '보스토크-2018' 훈련에도 참여했다. 2019년에도 중국은 러시아 서남부 지역 오렌부르크에서 진행한 '첸트르(중앙)-2019' 전략 지휘 본부 훈련에도 1천600명의 병력과 300개 이상의 군사 장비를 보냈다.2020년에도 중국은 중국 인민해방군 기계화 소총 여단을 투입해 러시아 남부 지역 캅카스 지역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연합 군사훈련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 들어선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같은 날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인근 해상에 접근하거나 연합훈련 중이던 양국 군용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대거 진입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23일 오전 한국 영공을 침범하거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러시아-중국 군용기들.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러시아 TU-95 폭격기(위에서부터 시계방향)와 중국 H-6 폭격기,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