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되는 필사
책과 노트 한 권씩 펴면 열리는 '필사'의 밤
연구 통해 밝혀진 스트레스 저감 효과 외에도
읽기만 하는 것보다 깊은 독서 가능해져
문장력 향상·종교적 수행 등 목적·방법 다양
좋아하는 필기구 이용하면 더 즐거워
빠른 사회 속 지친 마음 위로하는 비법
진짜 '나'의 하루는 밤 10시에 시작된다. 온종일 도시의 온갖 공해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내려놓고 완전한 휴식에 빠지기 직전 책상 앞에 앉는다. 가장 좋아하는 책과 노트를 한 권씩 펴놓고 스탠드를 켠다. 내 손에 잘 맞는 필기구를 쥐고 노트 위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적어 내려간다. 흰 종이와 검은 활자들로 이루어진 단순한 시각 정보가 글씨를 적는 손의 촉감과 '사각사각'하는 소리를 입고 공감각적으로 내려앉는다.
필사한 문장은 책을 읽기만 할 때보다 더 깊은 감명을 준다. 또 그날 가졌던 온갖 소란스러운 마음이 인류의 문명을 헤아리는 고전 문학의 문장들 앞에서 조용해진다. 필사는 어디 가지 않고도 고민을 멀리 던져 평온을 되찾는 나의 비법이다.
필사가 스트레스를 저감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필사를 활용한 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PSS)의 경우 시필사 프로그램을 수행한 실험집단의 평균이 2.5, 전통적 방법으로 시를 감상한 통제집단의 평균이 2.0으로 필사가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노현서. (2020.8). 필사를 활용한 시치료 프로그램 효과 연구 [학위 논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필사'는 사전적으로 '베끼어 쓴다'는 의미다. 취미가 필사라고 말하면 작가 지망생이냐는 질문을 듣지만, 꼭 그런 이유로만 필사를 하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필사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자기 개발을 위한 공부를 할 때도 필사는 요긴한 방법이며, 취미로 필기구를 모으는 사람들이 아끼는 물건을 사용할 때도 필사를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의 내용을 메모하기 위해서, 종교적인 수행의 일환으로 필사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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