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의 암묵적인 룰인 ‘기본 5만원’ 공식도 깨졌다. 입사 4개월차인 심미경(28)씨도 동료직원 결혼식 참여에 앞서 다른 직원들과 축의금으로 얼마를 넣을지에 대해 논의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심씨는 “이번에 결혼하는 직원이 저랑 회사에서 제일 친한 친구여서 10만원 넣으면 넉넉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동기직원이 10만원이 기본 금액이라고 했다”며 “지난해까지는 5만원이 기본 금액이어서, 거기에 조금씩 더 얹어서 축의금을 냈는데 이제는 10만원부터 시작이라는 말에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취업한 사회초년생 정선우(26)씨도 마찬가지다.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월급이 적지만, 마냥 소액의 축의금만 낼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절친한 친구들 결혼식에만 참석해도 밥을 먹지 않고 오는 경우에는 5만원, 직접 참석할 경우에는 10만원은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솔직히 친구들 결혼식을 온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데,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축의금 고지서’를 받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달에만 청첩장 받는 모임 3곳에 참석하는 게 부담돼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4월 미혼남녀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 적정 축의금 액수를 물었더니 ‘5만원’이 48%, ‘10만원’이 40%로 조사됐다. 평균은 7만9000원이었다. 아직도 5만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긴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5만원과 10만원 사이에서 고민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축의금 부담은 비단 하객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결혼하는 사람들도 축의금을 둘러싼 부담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영수(33)씨도 “지인들에게 제 좋은 소식을 전하고 청첩장을 주는 게 돈을 달라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걱정됐다”면서도 “이미 코로나 때문에 두 차례 미뤄진 제 잔칫날을 좋은 사람과 함께 보내고자 하는 좋은 마음으로 초대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청첩장 모임 세 차례 정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뵙고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 게 맞지만 이 또한 물가 상승으로 모임 식비나 대여비도 경제적 부담이 돼 다른 분들께는 양해를 구하고 모바일 청첩장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7월의 신부가 될 예정인 박하연(29)씨도 “제게는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사인데, 제 마음대로 초대도 못하고 눈치 보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면서도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결혼식 준비하느라 돈은 돈대로 쓰고 눈치보는 게 싫어서 친구에게 말했다가 관계가 어그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결혼비용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결혼식 비용은 4719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4346만원)보다 약 400만원 정도 올랐다. 물가 인상의 영향으로 올해 결혼식 비용 또한 증가할 거라는 게 예식업계의 설명이다. 식자재값도 오른 상황에서 식대 같은 비용 또한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축의금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만의 축의금 문화를 퇴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식에 참여해 축의금을 주는 건 일종의 품앗이이자, 한국사회의 당연하고 전통적인 문화적 관습”이라면서도 “월급은 적은 상황에서 축의금은 부담스러운 존재라, 젊은 세대가 점점 참여를 하지 않게 될 경우에는 축의금 문화도 퇴색하거나 약화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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